회사 자료를 AI에 넣어도 되나: 미 법무부 의견서가 바꾼 것과 안 바꾼 것
2026년 9월 1일, 미국 법무부가 뉴욕타임스 대 OpenAI 소송에 20쪽짜리 의견서를 냈다. 핵심은 "AI 모델 학습을 위한 복제는 변형적 이용이며 공정이용"이라는 것. 국내 보도는 이를 "AI 저작권 면제"로 요약했고, 실무자들의 질문은 하나로 모였다. 그래서 회사 자료를 AI에 넣어도 되나? 정직한 답부터 말하면, 그 의견서는 이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혼선의 원인은 '학습'이라는 단어가 두 가지를 동시에 가리키기 때문이다. 하나는 모델 제공사가 모델을 만드는 학습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자료를 넣어 AI에게 읽히는 일이다. 법무부가 변호한 건 앞쪽이다. 직장인이 매일 하는 건 뒤쪽이고, 그 행위의 법적 성격은 저작권법의 다른 조항과 계약의 영역에 걸쳐 있다. 이 글은 그 둘을 분리해서 보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법률 자문이 아니라, AI 도입 현장에서 반복해서 받는 질문을 공개 자료로 정리한 실무자의 읽기다. 구체 사안은 반드시 법률 전문가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
| 단계 | 누구의 행위인가 | 미 법무부 의견서가 말한 것 |
|---|---|---|
| ① 취득(수집) | 모델 제공사 / 자료를 넣는 사용자 |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20쪽 어디에도 취득 단계 변호는 없다 |
| ② 학습 | 모델 제공사 | "변형적 이용이며 공정이용": 이 글에서 유일하게 정부가 편든 칸 |
| ③ 출력 | 사용자·사용 기업 | 별개 쟁점으로 남겨둠: 유사성 책임은 그대로 사용자에게 |
미 법무부는 정확히 무엇을 주장했나?
2026년 9월 1일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의 OpenAI 저작권 병합소송(In re: OpenAI, Inc. Copyright Infringement Litigation, 25-md-3143)에 제출한 의견서(Statement of Interest)다. 핵심 주장은 "모델에 학습 자료로 데이터를 넣기 위해 저작물을 복제하는 것은 공정이용"이라는 것이고, 근거로 Bartz v. Anthropic 판결의 표현(모델 학습은 "변형적이다, 그것도 눈부시게")을 인용했다. 미국이 AI 산업 경쟁력에 "강력한 이해관계"를 갖는다는 문장도 함께 들어갔다.
중요한 단서 두 가지. 첫째, 의견서는 판결이 아니다. 정부가 사인 간 소송에 공식 입장을 밝히는 절차이고 법원을 구속하지 않는다. 다만 무게는 있다. 둘째, 정부 내부의 합의된 입장도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9월 19일 Axios 보도에 따르면 이 제출은 특허상표청과 저작권청 등 핵심 관계 기관을 놀라게 했다. 저작권 정책을 담당하는 기관들이 사전에 공유받지 못한 문서였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지금 상황을 정확히 쓰면 이렇다. 행정부의 한 부처가, 구속력 없는 형식으로, 3단계 중 가운데 한 칸에 대해 의견을 냈다. "면제 공식화"와는 거리가 있다. 이 사건 자체의 법적 쟁점과 글로벌 판세는 지난 주 의견서 분석 글에 따로 정리해뒀다.
왜 '면제'가 아니라 '한 칸만 채워진 그림'인가?
AI와 저작물의 관계는 취득 → 학습 → 출력 세 단계로 나뉜다. 법무부는 20쪽 전부를 가운데 칸에 썼고, 첫 번째 칸은 비워뒀다. 그런데 지금까지 실제로 돈이 오간 곳은 정확히 그 빈칸이다.
앤트로픽 사건이 그 증거다. Bartz v. Anthropic에서 알섭 판사는 학습은 공정이용이라고 봤다. 동시에 섀도 라이브러리(LibGen 등)에서 내려받은 복제본을 모아 보관한 행위는 변형적이지 않다고 판단했고, 그 부분은 재판으로 넘어갔다. 결과는 2025년 합의: 저작물 482,460건에 15억 달러, 작품당 약 3,000달러꼴이다. AI 학습 데이터 분쟁 사상 최대 규모의 금액이 학습이 아니라 자료를 어떻게 구했는가에 매겨진 것이다.
미국 정부가 변호한 상자와, 앤트로픽이 15억 달러를 문 상자는 다른 상자다. 학습은 이겼고, 책을 구한 방식은 졌다.
세 번째 칸도 그대로 남아 있다. 출력물이 기존 저작물과 유사하면 그 책임은 학습한 회사가 아니라 그 출력을 쓴 쪽으로 간다. 학습이 합법이어도 "OO 작가 문체로 써줘"를 지시한 책임은 지시한 사람에게 있다.
그래서 내가 회사 자료를 AI에 넣는 건 어느 칸인가?
대부분 첫 번째 칸(취득)과 세 번째 칸(출력)이다. 법무부가 편든 가운데 칸이 아니다. 판단 기준은 저작권 이전에 "이 파일을 내가 여기에 넣을 권한이 있는가"이고, 그 권한은 대개 저작권법이 아니라 계약이 정한다.
실무에서 마주치는 자료는 네 종류로 갈린다.
- 내가/회사가 권리를 가진 문서(저작권 쟁점은 사실상 없다. 대신 남는 건 보안과 개인정보다. 여기서 필요한 건 법률 검토가 아니라 입력 통제다)AI가 무엇을 기억하는지부터 확인하는 게 순서다
- 회사가 구독·구매한 외부 자료(유료 리포트, 기사 DB, 논문): 가장 많이 놓치는 칸이다. 돈을 냈다는 것과 기계에 넣어도 된다는 것은 다른 얘기다. 상당수 구독 약관이 재배포·자동화 처리·제3자 시스템 입력을 별도로 제한한다. 저작권 이전에 계약 위반이 먼저 걸린다
- 웹에서 모아온 자료: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2026년 2월 26일 펴낸 「생성형 인공지능의 저작물 학습에 대한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안내서」는 robots.txt로 수집이 금지된 저작물과 유료 구독·로그인으로 접근이 제한된 저작물을 무단 수집한 경우를 공정이용 불인정 요소로 명시했다. 크롤링 스크립트를 돌려 자료를 모으는 실무자라면 이 두 줄이 사실상 가이드라인이다
- 고객사·협력사에서 받은 자료: 가장 위험한 칸이다. 제3자의 권리이자 계약상 비밀유지 대상이고, 사고가 났을 때 회사가 설명해야 할 상대가 규제기관이 아니라 고객이다. 기본값을 '금지', 예외를 '승인 후 허용'으로 두는 게 안전하다
한국 상황도 짚어두자. 우리 저작권법에는 아직 TDM(텍스트·데이터 마이닝) 면책 규정이 없다. 관련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고, 대신 정부는 위 안내서로 공정이용 판단 기준을 제시하면서 학습 데이터 목록 공개 의무를 담은 개정을 예고한 상태다. 방향이 미국과 반대쪽을 향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판례와 미국 정부의 의견서는 한국 법원을 구속하지 않는다.
그래서 무엇이 달라졌고, 무엇이 그대로인가?
달라진 건 모델 제공사 쪽 리스크다. 쓰던 모델이 소송으로 사라질 확률이 낮아졌으니, 도입 검토에서 그 걱정의 우선순위는 내려간다. 그대로인 건 내가 넣는 자료의 출처 책임과 내가 내보내는 출력의 책임이다. 이 둘은 애초에 누구도 대신 져준 적이 없다.
- 출처를 묻는 습관: AI에 파일을 넣기 전 "이 파일 어디서 났나"를 한 번 묻는다. 받은 자료인지, 구독한 자료인지, 긁어온 자료인지. 이 질문 하나가 네 칸 중 어디인지를 즉시 가려준다
- 구독 약관의 AI 조항 확인: 회사가 돈 내고 쓰는 리포트·기사 DB·이미지 라이브러리의 약관에서 'AI', 'machine learning', '자동화 처리' 항목을 검색해본다. 팀에 한 사람만 해두면 되는 일이다
- 제3자 자료는 기본값 금지: 고객사 자료는 승인 절차를 거친 예외만 허용한다. 개인의 판단에 맡기면 반드시 새는 지점이다
- 출력 검증 관문: 외부로 나가는 결과물은 기존 저작물과의 유사성을 확인하고 내보낸다. 사람이 전수로 볼 수 없다면 검증 에이전트를 파이프라인에 붙이는 쪽이 현실적이다
조직 단위로 올라가면 이 네 가지는 개인의 주의력이 아니라 인프라로 받쳐야 한다. 누가 무엇을 넣었는지 기록이 남지 않으면 사고가 났을 때 설명할 방법이 없다. AI 게이트웨이 같은 통제 계층이 최근 쏟아지는 이유가 그것이다.
"미 법무부가 AI 저작권을 면제해줬다"는 요약은 절반만 맞다. 정부가 편든 건 모델을 만드는 회사의 학습 단계 한 칸이고, 그 옆 칸(자료를 어떻게 구했는가)은 비워져 있다. 그리고 그 빈칸이 지금까지 15억 달러를 청구한 칸이다. 직장인 입장에서 실무는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중요한 질문은 두 개뿐이다. 이 파일을 여기에 넣을 권한이 나에게 있는가, 그리고 나온 결과를 내보내기 전에 확인했는가. 법이 어느 쪽으로 기울든, 이 두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조직이 결국 AI를 더 빨리 쓴다.
참고: 美 법무부, NYT 저작권소송서 오픈AI·MS 손 들어줬다 — 헤럴드경제 · DOJ's copyright filing took key agencies by surprise — Axios (2026.09.19) · The U.S. Government Defended AI Training and Left the Acquisition Stage Blank · Bartz v. Anthropic 합의 — Norton Rose Fulbright · 문체부 생성형 AI 공정이용 안내서 — 법률신문
이 주제의 전체 그림: 하네스 엔지니어링 총론
"이 자료 AI에 넣어도 되나요?"에 팀이 같은 답을 하나요?
자료 유형별 판단 기준부터 입력 통제, 출력 검증까지: 실무자가 현장에서 바로 쓰는 AI 활용 기준을 교육 과정으로 설계합니다.
B2B 기업교육 문의하기